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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맥주에 스미는 인문학)

 

수다4: “맥주시장의 다윗과 골리앗”-기네스의 탄생과 영국근대사

 

고상균

 

1

야근으로 지친 새벽, 정말 잠깐만 눈을 감았던 것 같은데 자명종과 함께 때르릉 다가온 출근시간처럼 갑자기, 그리고 썩 유쾌하지 않게 여름더위가 찾아왔다. 하긴 날씨가 이렇게 훅 타오르지 않았더라도 인터내쇼날한 사건으로 온 세상을 기막히게 해 주신 청와대 먼 인간과 그런 놈은 버젓이 돌아다니게 두면서 일터로 돌아가겠다는 이들을 마치 테러범 취급하며 잡아가두는 견찰과 겁찰, 에너지 수급을 위해 그리 절박하다면서 정작 열 개나 멈춰있어도 살아가는데 큰 문제없는데도 굳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도시까지 연결해야 한다고 생활터전 한복판에 원전이네 송전탑이네를 전쟁하듯 지으려는 것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지금 한국은....... 덥다!

언제부턴가 정착된 여름이 가장 덥습니다!’공식 상, 올해도 어김없이 무더위에 밤잠설친 좀비로 여름 한철을 보낼 생각에 벌써부터 한 숨 가득이다. 그러나 어둠이 깊다면 새벽도 가까이 있는 법!(너무 장중한가?) 이겨나기 어려운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몸은 한 잔의 맥주가 주는 청량함의 마법에 더욱 깊이 빠질 준비가 되어가는 것 아니겠는가? 갑자기 여름더위가 찾아왔다. 그리고 맥주의 계절도 함께 찾아왔다. 몸과 마음이 무더워지는 이때, 목젖을 따라 메마른 육신과 영혼에 스미는 신의 축복을 생각해 본다면! 단연 내게 처음 생각하는 것은 에일의 갑! 기네스다.

 

2

유럽의 섬나라 영국을 모르는 이는 아마도 거의 없을 듯! 또한 그 나라가 원래는 각각 네 개의 독립 국가였다가 이 중 가장 힘센 잉글랜드에 의해 강제 병합되었다는 것도 대개 알고 계실 것이다. 이와 같은 그 섬나라의 역사는 영국 국기와 왕실 문장, 그리고 월드컵축구에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로 나뉘어 출전하는 등에서 흔적을 발견할 수 있겠다. 암튼 이와 같은 연유로

일대가 잉글랜드로 재편된 이후 군대, 정치적 힘과 함께 이 섬나라의 곳곳에는 잉글랜드의 문화가 이식되게 된다. 이 가운데 런던으로 대표되는 잉글랜드의 맥주, 에일도 그 중 하나였으니, 저온에서 장기 숙성되는 하면발효성 라거와 달리 상대적으로 실온에서 숙성되는 상면발효 맥주인 에일은 영국이 로마의 식민지였던 시절에 이미 숙련된 제조 방법이 전해질 만큼 깊은 연원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피로를 풀어주던 런던포터라는 블렌딩 에일이 당대 최고의 매출실적을 지녔고, 이는 곧 영국정부의 편파적 세금 우대(완제품에서 원재료에 이르기까지 런던에서 아일랜드로 팔면 무관세, 그 반대는 엄청난 세금)정책을 업고, 점령지역 및 영향력이 미치는 전 영역의 영세 양조장을 압박하고 도산시켰다. 그때나 지금이나 힘 가지고 큰 놈들은 그렇게 호시탐탐 골목상권까지 집어먹으려 하나보다. 여튼 이와 같은 상황에서 모두 주춤하고 있을 1759즈음 아일랜드의 항구도시 더블린의 한 양조장에서 런던포터와 압제자 영국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기네스가 바로 그들이다.

 

3

기네스는 우선 당대 최고의 브랜드인 런던포터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통해 지역에서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영국하원을 상대로 불평등 과세에 대한 힘겨운 법정싸움을 벌여나갔다. 국가권력의 절대비호를 받는 거대회사 런던포터와 아일랜드 한구석의 지역 양조장 기네스와의 싸움은 결과 뻔뻔의 시시한 대결로 여겨졌는데, 반전이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전유물만은 아닐 터! 영국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정싸움에서 기적적으로 승리한 기네스는 오랜 시행착오 끝에 런던을 능가하는 독자적 포터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19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오히려 런던이 기네스의 주요 시장이 될 만큼 상황을 반전시켰다. 이후 압제자 잉글랜드를 능가한다는 자부심을 가득담은 이름 스타우트포터라는 독자명칭으로 불리게 되는 기네스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에 대해 잉글랜드가 자국산 맥주를 보호하기 위해 부과했던 살인적 과세 앞에서 주저앉거나 합병되는 길을 택하지 않고, 굽거나 미발아 상태의 보리로 맥아의 일부를 대체함을 통해 생산단가를 낮춤과 동시에 기네스 특유의 새로운 맛과 향, 그 달콤 쌉싸름한 마법의 액체, 기네스와 아일랜드 특유의 그 어떤 것이 담겨진 맥주를 만들어 냈다. 기네스 생맥주 집에서 접할 수 있는 전용잔에 도안되어 있는 기네스의 상징, 하프문양는 원래 잉글랜드에 의해 스러져간 아일랜드 왕실의 상징이었던 바, 기네스는 창립부터 초국적 맥주재벌과 국가권력을 상대로 벌였던 저항정신을 지금까지 오롯이 담지하고 있다.

 

4

아무리 내리 누르려 해도 들불처럼 다시 일어나는 것이, 아니 일어나야하는 것이 우리네 삐딱한 이들의 기본 장착 심성이라면, 기네스도 역시 그 본래의 맛과 의미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병 안에 눌러두지 말고 반드시 전용 잔에 따라 마셔야 한다. 그리고 염원하는 세상이 순간 이루어지지 않거나, 더욱 멀어 진다 느껴질 때, 그 순간을 견딜 긴 호흡과 다음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지니고 있어야 하듯, 기네스의 진정한 맛과 깊은 향을 느끼기 위해서는 천천히, 나눠 따른 후 부드러운 갈색의 물결이 잔 안에서 거품처럼 뒤섞인 후, 진한 카카오 엄청 들어간 초콜렛 빛의 몸체와 부드러운 크림색의 거품이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시간까지 기다릴 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살 떨리는 공생애 출정전야, 이 싸움의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어떻게 끝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가나 혼인잔치 중에 다 떨어진 술까지 만들어 ‘2를 자신 예수의 해학을, 무척 노홍철스럽게도 여유로워서 웃는 것이 아니라 힘든 상황에서도 한 줄기 웃음을 통해 다음 싸움을 준비할 만큼의 여유를 가지고자했던 이들, 즉 그리스도를 기억 속에서 불러낸 요한복음 공동체의 마음은 아니었을까싶다.

잉글랜드의 압제라는 절대 위기 앞에서 절망하지 않았던 더블린의 한 양조장은 그 만큼의 신념과 여유를 통해 세계 맥주역사에서 기념비적 걸작이라 할 수 있는 기네스 스타우트를 만들어냈다. 길바닥에서 비닐 한 장 덮고 있는 것이 죄가 되어 철장에 갇혀야 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세상 속에서, 비닐을 벗겨내는 자들에게 저항하는 우리들이 지녀야 할 최대의 가치는 견디고 다음을 바라 볼 만큼의, 다음이 있음을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요한복음 공동체가 기억했던 예수는 바로 그 만큼의 여유 속에서 자신의 죽음이 임박한 십자가 상, 고통의 절정에서 포도주 한 잔하시면서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다 이루었다는 말씀을 남기지 않으셨을까? 이상! 초큼 뽀다구나게 맥주 마시기 위한 변명, 기네스 편이었다!

 

추진: 혹시 이게 궁금하실랑가 모르겠지만.......기네스북과 기네스의 관계를 아시는지? 기네스북은 1955년에 기네스사가 발행한 세계 진기록 수집서로 설립자 기네스의 4대손인 휴 비버 기네스가 골든 플로버라는 물새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새인지에 대해 친구와 설전을 벌이던 중, 이와 같은 기록을 찾아 수집하면 좋은 아이템이 되겠다는 판단 하에 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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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2'
  • 광야지성 2014.09.05 11:12
    이 글은 초 여름 무렵에 작성되었던 것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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