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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라는 책은 20개의 편으로 나뉘어 있는 책이다. 각 편의 이름은 처음 나오는 두 글자를 따와서 만든다. 학이(學而)라는 첫 편의 명칭은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 ("學而時習之, 不亦悅乎? ~~~~ ")"로 이어지는 문장의 첫 구절을 따온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위정(爲政), 팔일(八佾) 등 편명이 붙는다. 그러나 사실 이 말은 틀린 말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편에 등장하는 첫 구절의 맨 첫 두 글자는 자왈(子曰)이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라고 번역할 수 있는 자왈(子曰)의 자(子)는 공자를 가리킨다. 공자의 이름은 구(丘)이다. 丘는 언덕을 뜻하는데 공자가 태어났을 때 머리 모양이 언덕처럼 짱구 모양이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공구가 말했다"(孔丘曰, 또는 孔曰, 또는 丘曰)라고 쓰지 않고 자왈 즉 "선생님이 말씀하셨다"라고 쓴 것은 이미 논어라는 책이 공자의 제자들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우리가 흔히 아들 자(子)라고 알고 있는 이 자라는 글자는 일반적으로 사내를 나타내는 글자이기도 하지만 논어에서, 그리고 제자 백가의 여러 문헌들에서는 선생님의 의미로 쓰인다. 


맨 처음에 자왈로 시작함으로써 논어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 글의 저자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들은 자신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노자가 전한 오천마디의 말이라는 도덕경에는 "자왈"이라는 말이 없다. 그러니 도덕경과 논어는 전혀 다른 책이 된다. 노자가 사실 누구인지도 잘 모르고, 어떤 면에서 노자라는 인물이 도덕경을 이해하는데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논어는 다르다. 논어는 분명 공자라고 하는 한 인물이 존재하고 그 사람의 언행이 논어의 근간이 되며, 저자는 독자에게 공자를 자신과 동일하게 선생으로 모시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논어라는 책은 선생님에 대한 기억과 그분에 대한 존경으로 만들어 진 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불경이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如是我聞)"라고 시작하는 것이나, 신약성서의 복음서의 예수 말씀을 전하는 이들이나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공자나 붓다, 예수가 직접 책을 남기지 않은 마당에 그의 제자들에 의해 전해진 책들은 공자나 붓다, 예수만의 것은 아니다. 공자가 생애에 얼마나 많은 말을 했겠는가? 그러니 선생님의 말을 전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선생님의 말을 취사 선택하여 배치하는 논어의 저자(들?)의 마음도 담겨 있다. 즉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라는 것이다. 


고전이란 이렇게 형성되고 읽히는 것이다. 야스퍼스가 말했듯이 인류의 정신사에 획을 그은 이들이 있다. 그들의 말을 전하는 이들도 있고, 또 그 말을 듣고 끊임없이 재해석하여 삶의 영양분으로 삼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2500년전에 살았던 공자가 오늘까지도 살아 있게 된다. 그러나 그건 공자만의 것은 아니다. 그것을 전하고 해석한 모두의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 오늘날 우리는 선생님이 그립다. 

참 스승 말이다. 참 교육을 하려는 선생님들을 법외 노조로 만들어 버리는 이 세상에선 더욱 그렇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사는 이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그런 선생님을 만났던 이들은 또 얼마나 큰 축복을 받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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