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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소통의 소식지
삶의 작은 공간으로부터 희망을 함께 나누는 큰 길에서 만나는 길목
| 길목 | 2016.08.01 | 1292호 |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묵상과 성찰
푸른 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맑은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하늘뜻
우리가 온갖 환난을 당할 때에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로해 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로하셔서 온갖 환난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게 하십니다. 그리스도의 고난이 우리에게 넘친 것과 같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받는 위로도 우리에게 넘칩니다. 우리가 환난을 당하는 것도 여러분이 위로와 구원을 받게 하려는 것이며, 우리가 위로를 받는 것도 여러분이 위로를 받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 위로로, 여러분은 우리가 당하는 것과 똑같은 고난을 견디어 냅니다. (고린도후서 1:4-6)
참여
나눔과 소통
약자의 얼굴 -희일이송
어떤 상황에 대해 판단하기 어려울 때, 여러 논의가 부딪혀 판단이 흐려질 때, 그래서 스스로 판단력을 신뢰하지 못할 때 '이 상황에서 가장 누가 약자인가'를 생각하곤 한다. 누가 가장 힘들고 괴로운 걸까? 그 약자의 얼굴을 나침반 삼는다. 카이저 소제가 아닌 한, 대부분 약자의 얼굴에 답이 있다. 맥락과 사회적 관계를 초월하는 진리의 법칙이란 없다. 그게 있다고 말하는 순간, 자기 이익에 준거하는 권력의지가 출현한다. 메갈 논쟁이든, 부산영화제 논쟁이든, 자기 옳음에 골똘하기보다 성심을 다해 약자들의 얼굴을 살피는 게 가장 나은 판단의 여정일 게다.
딴 데 간 싱글 -정새난슬
이혼, 고통스러웠던 과거와의 작별. 거친 물살을 뚫고 겨우 헤엄쳐 나온 사람에게, 몸이 마르기도 전에 짝을 찾으라 종용하는 것이 답답하게 들리는 것은 나뿐일까. 내 두 발로 홀로 선 곳에서 천천히 고독을 음미할 시간도 주지 않고 사랑을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그들이 말하는 사랑이 진짜 사랑일까. 싱글은 커플의 전 단계, 불안과 미완의 상태라는 통념은 한참 과거의 것이 아니었던가. 내가 누구를 만나든, 만나지 않든 나의 결정과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것이 당연하다. 나는 킥킥 웃으며 이혼녀예요, 돌싱입니다, 싱겁게 굴기도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렇게 외치고 있다. 내게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권리가, 모두를 사랑할 권리가 있어. 바로 내 상처와 욕망이 부여한 권리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나는 딴 데 간 싱글이고 그곳의 규칙은 내 맘대로야! [더보기▶]
<부산행>과 현실 -홍여진
영화 부산행에서 세월호도 보이고, 메르스도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진정 격리가 필요한 곳이 어딘지, 누구인지도 보인다. 영화로 보면 무엇이 악인지 누가 나쁜놈인지 쉽게 보이는데, 현실에선 더 나쁜놈들이 판을 쳐도 무감각하다. 좀비영화라기에 기대 안 했는데 완전 재밌다. 좀비의 등장만 빼면 부산행 열차는 현실 축소판이다. 와류가 심하다는 이유로 세월호 창문을 두드리던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은 해경. 혹시 모른다는 이유로 메르스 감염력 없는 환자를 죽는날까지 음압병실에 가둬둔 복지부. 그들은 살았고, 감염되지 않았고, 그들을 믿었던 시민들은 죽었다. 좀비 보다 무서운 게 사람. 나만 살겠다는 사람. 영화에선 그런 사람의 최후가 결국 죽음이지만, 언제나처럼 현실에선 승승장구 한다는 게 참혹하다. 그렇게 마동석을 잃은 수많은 정유미는 그런 부조리한 꼬라지를 보며 억울하게 살아가고 있다. 영화는 진짜 재밌는데 영화가 끝난 현실은 역시나 영화보다 끔찍하다.
제대로 몰라야 -문규민
'합리적 판단'의 결정적인 조건 중 하나는 바로 '판단중지'다. 똑바로 '알기' 위해서는 일단 제대로 '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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