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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소통의 소식지
삶의 작은 공간으로부터 희망을 함께 나누는 큰 길에서 만나는 길목
| 길목 | 2016.08.07 | 1315호 |
들판은 우리들을 걷게 할 뿐 탓하지 않는다
묵상과 성찰

작품 | 오윤
들판을 거닐며
- 조태일
언제나 다투지 않는
이 벌판을 거닐면 나는
금방 침묵의 덩어리가 된다.

두고 온 집들도
지껄이며 지내던 내 이웃들도
어느덧 나를 따라와
침묵으로 걷는다.

보아라
타는 노을 이글대는 하늘 밑에서
오곡백과는 머리를 숙여 말이 없다.
거친 풀잎들도 몸만 흔들 뿐
뿌리 깊이 내려 말이 없다.

내가 밟는 이 들판은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언제나 누워서
우리들을 걷게 할 뿐
탓하지 않는다.

총칼을 거두자
침묵 앞에 입을 다물자
우리 들판을 거닐며.
하늘뜻
여러분이 건물이라면 그리스도께서는 그 건물의 가장 요긴한 모퉁이돌이 되시며 사도들과 예언자들은 그 건물의 기초가 됩니다. 온 건물은 이 모퉁이돌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고 점점 커져서 주님의 거룩한 성전이 됩니다. 여러분도 이 모퉁이돌을 중심으로 함께 세워져서 신령한 하느님의 집이 되는 것입니다. (에베소서 2:20-22)
참여
나눔과 소통
땡볕의 노동자 그리고 가족 -전지윤
어제 갑을오토텍 연대 집회는 참 인상적이었다. 휴가 절정의 이 덥고 습한 날씨에 다양한 노조와 단체에서 1천여 명이 달려 온 것보다 더 두드러진 건 가족대책위였다. 밖에서 볼 때 사측, 용역, 경찰이 뭔가 어리버리하고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였었다. 법원 판결 때문? 박근혜 레임덕 때문? 생산 차질 때문?...하지만 집회 대오의 중간에 자리잡고 가장 큰 소리와 활력을 보여주는 여성들,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알 것 같았다.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는 우리에게 일일이 다가와 음식물을 건네고, 사람들이 거쳐 간 자리에 남은 유인물과 쓰레기 등을 묵묵히 치우고, 집회 연사와 가수들에게 가장 열띠게 호응하며 힘을 돋구고... 내가 궁금한 것들을 묻자 술술 이야기하며 투쟁의 의의를 거듭 강조하셨다. 나이많은 여성부터 어린 아이까지 모두 단결 투쟁의 붉은 머리띠를 묶고 있었다. 밤이 되자 아이는 엄마 품에 안겨 집회장에서 잠이 들었고, 여성은 세 아이를 챙기면서도 집회장을 떠날 줄을 몰랐다.
이들이 공장 안의 노동자들이 절대 의지를 꺾거나 흩어질 수 없도록 만들고, 이 땡볕에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지역 사회 여론을 묶어세우고, 관련 기관과 정치권이 그 손을 차마 뿌리칠 수 없게 만들고, 정부와 사측이 용역과 경찰력 투입이라는 무리수를 감히 강행하지 못하게 만든 진정한 힘이었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귀신과 맞짱뜨기? -문규민
중요한 지적. 소위 근본적/급진적인 문제를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구조에 대한 '인식'은 본래 '추상적'이지만, 그에 대한 '실천'은 그럴 수 없으며 오히려 정반대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구조 그 자체'를 직접 공략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사회적'이고 '추상적'이며 '평균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는 사회가 자본주의적 생산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제까지 한 번도 자본주의를 '만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평균적인' 미국인이 어떤지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런 미국인을 현실에서 '만나는' 것은 불가능한데, 왜냐하면 그런 평균은 구체적 개인으로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만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추상적 체제를 제각기 부분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자연인'들, 그들과의 '구체적 관계' 뿐이다.
정치는 사회적이고 추상적인 차원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 구조에 의해 역할을 할당받은 '누군가'들, 어떤 얼굴을 가진 채로 행위하는 '사람들'과 수작할 수 있을 따름이다. 추상적인 것을 공략하는 유일한 방식은 구체적인 사건들, 개인들, 관계들을 '매개'로 하는 것 뿐이다. '귀신'은 피와 살을 가진 사람 안에 들어앉아야만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따라서 그런 귀신들린 '사람들'을 들볶는 것 외에 귀신을 잡는 다른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순진무구한 사람은 놔둔 채 귀신과 어디서 따로 만나서 맞짱을 뜨는 신비로운 방식을 알지 못한다.
피해자가 구조를 본다 -프랑지파니
관심가는 소재를 조사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같이 들은 동기의 주제가 '층간 소음'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재미있는 점은 층간 소음을 일으키는 구조적 문제인 부실공사를 지적하고, 건설사를 비판하는 의견을 말한 쪽은 피해자였다. 가해자들은 그냥 "피해자가 예민하다"로 퉁치는 경향이 있었고. 가해자들은 원래 구조적으로 생각 안한다. 자기들이 힘을 가지고 있는데 왜 사회를 생각해. 그러니까 구조맹이 되는거지.
그때 선생님은 "신기하다. 나의 예상으론 피해자가 무조건 가해자를 원망하고 가해자들이 구조로 책임을 떠넘길 것 같았는데"라고 코멘트. 그 생각마저 너무나 문명적이었던 것이다. 사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원망해봤자 아무 것도 바뀌지 않으므로 자기들 스스로 구조를 파악하고 근본적 원인을 규명하길 시작했고, 가해자들은 어차피 자기들에겐 피해가 오지 않으므로, 굳이 변명할 생각도 안하고 피해자를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미소니지스트도 똑같다. 피해자인 여성들이 오히려 남성 개인의 인성에 책임을 묻는게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을 한다. 이에 가해자인 남성들은 "뭔 소리냐 너무 예민하다"라고 반응한다. 살아남기 위해 구조를 보아야만하는 사람과 그 구조가 자기 편이라서 너무나 편안하기 때문에 인식조차 안하는 사람들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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