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한 파스칼의 말을 사람들은 왜 오래 기억할까? 이 말에는 정직한 인간 고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그는 갈대를 심미의 대상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질 무상의 상징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존재론적인 무상성(無常性)보다는 그 나약성을 더 강조한 것으로 말할 수도 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어쩔 수 없이 이리 휘고 저리 휘어야만 하는 그 나약성말이다. 인류, 세계, 조직, 국가, 민족, 이데올로기 또는 대중이라는 이름을 가진 집단 또는 전체주의적 바람에 개인은 한 갓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은 갈대처럼 힘 앞에 무능하면서도 생각하는데서 자기동일성(自己同一性)을 찾는다. “나는 생각한다. 그런고로 나는 존재한다.” 생각하는 것은 누가 줄 수도 빼앗을 수도 없는 권리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것도 상황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뜻으로 들린다. 그것은 두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하나는 정말 인간은 생각할 권리를 가졌느냐 하는 것이다. 이 질문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하는 말이다. 하나는 오늘과 같은 매스컴의 횡포 시대에 누가 주체적으로 자기 생각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사상적 범죄라는 것이 ‘불온 사상’ 또는 ‘반동 사상’이라는 명목으로 엄연히 재판석 공소문에서 낭독되고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둘째는 … 생각하는 것까지는 아무도 제재할 수 없으나, 그 생각하는 바를 글이나 행동으로 표시할 자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 말처럼 아편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P11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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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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