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알로이스 리글 지음, 정유경 옮김)

by 갈무리 posted Feb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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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
Historische Grammatik der bildenden Künste

“미술 창작이란 조화로운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한
자연과의 경쟁입니다.”

빈 학파를 대표하는 미술사학자 알로이스 리글!
미술사학이 근대적 분과학문으로 자리매김을 하던
시기에 리글은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을
체계적으로 밝혀내고자 했다.



지은이  알로이스 리글  |  옮긴이  정유경  |  정가  25,000원  |  쪽수  464쪽
출판일  2020년 1월 20일  |  판형  신국판 변형 무선 (145*210)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Cupiditas, 카이로스총서 63
ISBN  978-89-6195-227-9 93600  |  CIP제어번호  CIP2020001335
도서분류  1. 미술사 2. 건축사 3. 미술 4. 예술사 5. 미학



알로이스 리글과 더불어 빈 학파 저자들이 로마 말기와 비잔틴 시대의 산업을 분석하면서 예술적 실천에 내포된 역능과 사회적 모델의 총체를 해명하고 이것들의 존재론적인 다원결정을 파악할 때 그들의 기여가 중요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들은 예술의지(Kunstwollen), 즉 예술을 실천하려는 특별한 의지, 또 기술을 활용한다고 간주되는 사람들에게 모든 기술이 미치는 영향, 혹은 역사적 절차의 한복판에서 생산을 통한 주체와 객체의 중첩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예술의지는 자신의 시대를 혁신하는 지향성입니다. ― 안또니오 네그리

물질적 확실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새로운 유형의 미술이론의 선구자는 뵐플린이 아닌 리글이다. ― 발터 벤야민

리글의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은 ‘모든 미술사 연구의 어머니’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 벤자민 빈스톡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 간략한 소개


이 책은 빈 학파를 대표하는 미술사학자 알로이스 리글의 미출간 유고들을 엮어낸 서양미술사학의 고전이다. 조형예술의 언어를 체계적 문법으로 이론화하고자 한 미술사학자의 모험을 엿보게 해준다.

신기원을 이룬 이 단편적 저작에서 알로이스 리글은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미술사의 시기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면을 제시한다. 저자는 회화를 생산하는 목적, 회화의 모티프, 평면과 입체의 본질적 관계를 회화적 재현의 불변하는 기본요소로 판별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시간과 장소의 표현적 필요에 따라 변화한다. 미술사의 해석자이자 모든 종류의 과학기술적 유물론에 대항하는 이로서 리글이 펼친 견해는 
스펭글러, 파노프스키, 들뢰즈, 파이어아벤트, 그리고 무엇보다 벤야민에게 영감을주게 된다. “역사적 문법”이라는 이 야심찬 기획은 ― 어쩌면 필연적으로 ― 초고로 남아 있지만, 미술을 대하는 새로운 해석적 수단을 제공한다.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 상세한 소개


알로이스 리글과 서양미술사

서양미술사는 종종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가는 서양 인문학의 체계에서 상당히 늦게 분화한 분야이다. 얼마나 늦은 시기인가 하면, 알로이스 리글이 서양미술사학의 시조로 본 인물은 18세기에 활동한 요한 요아힘 빙켈만이었을 정도다. 
리글 자신은 이때에 초석이 마련된 미술사학이 근대적 분과학문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이 체계의 구조를 마련한 세대에 속한다. 그는 오스트리아 미술 공예 박물관의 큐레이터로 경력을 시작해 문화재와 유물 관리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으며, 빈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프란츠 비크호프와 더불어 빈 학파를 대표하는 미술사학자로 활동했다.

리글의 주요 저작은 서양미술사의 연구 영역 가운데 당시에 상대적으로 변방에 있던 고대와 중세의 장식미술, 로마 후기 공예, 17세기 홀란트 집단초상화 등의 주제를 다루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그는 
미술사를 거대하고 일관된 발전의 과정으로 서술하는 역사주의적 서사 대신모든 시기의 예술작품은 저마다의 고유하고 대등한 예술의지(Kunstwollen)에 따라 창작되었다고 보는 관점을 입증하고자 했다.

서양미술사 전반의 ‘문법’을 정초하다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은 리글의 이와 같은 연구를 집대성하는 가장 큰 기획이었다. 이를 통해 그는 서양미술사 전반에 대한 독자적 관점을 수립하고, 이를 하나의 ‘문법’으로서 정초하고자 했다. 그는 1897~98년에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위한 수고를 작성했고, 1899년에는 대학에서 같은 제목의 강의를 개설하면서 이를 위한 강의록을 한 부 남겼다. 그러나 1905년에 저자가 47세로 사망할 때까지 이러한 제목의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리글은 “역사적 문법”이라는 은유를 선택한 이유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각각의 예술품은 자신의 정해진 예술언어를 말한다. 조형예술의 기본요소가 당연히 언어의 기본요소와 다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예술언어가 존재한다면, 물론 이 또한 비유적 의미이겠지만 예술의 역사적 문법도 존재한다.”(293쪽)

알로이스 리글에 주목한 사상가들 : 벤야민, 들뢰즈, 가타리, 네그리, 하트

1966년에 역시 빈 대학의 교수들이던 카를 마리아 스보보다와 오토 패히트의 편집 작업을 거쳐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리글의 사후 반세기가 흐른 뒤였다. 미술사 방법론으로서 이 책의 시의성은 상당히 빛바랜 시점이었고, 그 사이에 한편에서는 리글의 연구, 특히 예술의지가 정신을 신비화하고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

그런 식으로 미술사학의 유물로만 남을 듯했던 그의 연구가 
새롭게 조명되고 활발하게 재해석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의 일이었다. 이 시기에, 일찍이 리글의 연구를 높이 평가하고 영향받은 발터 벤야민에 관한 연구가 활발했던 것도 이러한 반전의 한 가지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 마이클 하트와 안또니오 네그리 등의 저작에서 리글의 개념들이 전용된 것은 미술사학의 독자적 방법론을 체계화하는 데 골몰한 그가 생전에 상상해보지 못한 여파였을 것이다. 

벤야민은 리글의 연구에서 몇 가지 영향을 받았다. 그는 『독일 비애극의 원천』에서 리글의 예술의지 개념을 통해 통상 ‘쇠퇴기’로 치부되는 시기 예술 형식에 대한 정당한 접근을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에서 근대 예술과 ‘아우라의 붕괴’라는 주제를 피력할 때는 작품의 시각적 수용과 촉각적 수용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열쇠로 등장한다.

벤야민이 주목한 이 개념들은 좀더 나아간 영역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들뢰즈·가타리는 『천 개의 고원』에서 홈 패인 것과 매끈한 것 개념의 미학 모델을 설명할 때 촉각적/촉기적 수용과 시각적 수용의 개념을 리글로부터 전용했다.

또한 안또니오 네그리는 『예술과 다중』에서 리글의 
예술의지 개념을 “자신의 시대를 혁신하는 지향성”으로 재해석했다. 예술의지는 하트·네그리의 『공통체』에서 제도화하려는 의지라는 개념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조형예술(bildende Künste)이란?

통상 조형예술로 옮겨지는 bildende Künste는 
직역하면 ‘조형하는 예술들’이라는 복수형으로, 이 책에서 다뤄지는 대상인 회화, 조각, 건축 및 공예를 아우른다. 리글의 이 책은 조형예술, 즉 미술의 모든 분야에서 통용되는 ‘역사적 문법’을 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술의 모든 분야라는 것은 단순히 장르를 망라한다는 의미라고 하기보다는 이른바 고급미술, 또는 순수미술과 응용미술 분야를 함께 가리킨다. 이 모든 장르를 포괄하는 문법이 가능한 것은 거기에 역사적 구획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역사적 구획은 앞서 말한 예술의지 개념을 전제하고 있다. 모든 시대에 당대의 예술 활동 전반을 관통하는 예술의지가 있다면, 거꾸로 각 시대의 조형예술에 해당하는 문법, 즉 역사적 문법을 논할 수 있다.

서양미술사를 세계관에 따라 세 시기로 구분하다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원고, 즉 단행본용 원고인 제1고와 강의록인 제2고는 모두, 크게 
세계관과 조형예술의 기본요소라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저자는 서양미술의 역사를 세계관에 따라 세 시기, 즉 
자연을 미화하는 시기, 자연을 정신화하는 시기, 미술(예술) 자체를 위해 자연과 경쟁하는 시기로 구분한다. 첫 번째 시기가 고대, 두 번째는 그리스도교 중세, 세 번째는 근대 미술을 가리킨다.

조형예술의 기본요소는 두 개의 원고에서 다소 다르게 구성되는데, 제1고에서는 목적, 모티프, 그리고 입체와 평면이라는 세 항목으로 이루어지는 데 비해 제2고에서는 목적과 모티프, 입체와 평면으로 좀더 단순화된다.

목적은 사용목적과 표상목적, 장식목적으로 구분되며, 이것들이 미술사의 각 시기에 서로 다른 비중으로 경합하며 작품에 반영된다. 예컨대 이집트 피라미드의 벽화는 파라오가 내세의 삶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들을 그려 넣었다는 점에서 사용목적이 강하다면, 그리스도교 미술을 지배하는 것은 종교적 표상이라고 본다. 반면 근대의 미술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

모티프란?


모티프란 미술작품이 구현하는 소재로서 이 책에서는 곧 자연을 말한다. 저자는 다시 유기적 모티프와 무기적 모티프를 구분하는데, 전자는 운동과 장소 이동의 활동을 특징으로 하는 동·식물에서 가져온 것, 후자는 불활성의 광물에서 취한 것이다. 무기적 모티프가 일차적으로 결정형을 띠고 부동성, 대칭, 비례 등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에서 조화주의를 추구한다면, 유기적 모티프는 운동과 둥글림을 특징으로 하며 유기주의를 지향한다. 운동의 요소는 덧없는 것, 순간적인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조형예술에서 환영이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모티프가 그것이 구현된 바탕에서 시각적으로 분리될수록 환영의 사실성은 높아지게 된다. 

입체와 평면을 다룰 때 리글은 거리에 따른 시각의 범위를 다시 셋으로 분류한다. 그렇게 제시되는 근거리시야, 통상시야, 원거리시야라는 세 가지 개념은 대상에 대한 촉각적 인지와 시각적 인지라는 또 다른 개념과 연관된다. 즉 대상을 근거리시야에서 파악할 때 우리는 하나의 입체가 아니라 그 입체를 구성하는 부분평면들만을 지각하게 되며, 이것은 촉각적 인지에 해당한다.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어 그것이 하나의 입체로서 인지되는 것은 대상에 대한 시각적 지각과, 과거에 한 그 대상에 대한 경험으로 쌓인 촉각적 지각이 결합된 결과이며, 이러한 지각이 일어나는 범위를 통상시야라고 한다. 통상시야를 벗어나는 거리로까지 대상이 멀어지게 되면 그것은 다시 평면으로 인식되며 이것이 원거리시야이다. 이 세 시야의 구분은 대상의 크기에 따라 변화한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알로이스 리글 (Alois Riegl, 1858~1905)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태어난 리글은 서양미술사의 학문적 기틀을 놓은 세대의 대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미술사학자이자 문화재 전문가이다. 빈 대학에서 철학과 역사학, 미술사학을 공부했고 1883년 오스트리아 장식미술 박물관을 시작으로 1886년 오스트리아 미술공예 박물관에서 큐레이터 수련을, 1887년 이후 10년간 직물 분과 큐레이터로 재직했다. 1894년 초기 대표작인 Stilfragen으로 빈 대학에서 정원외교수, 1897년에는 정교수가 되었고 프란츠 비크호프와 더불어 미술사의 제1차 빈 학파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이들은 당대의 주류 미술사학에서 변방에 위치했던 시대인 로마 후기에 주목했고, 하위 장르로 구분되는 공예 작품들을 진지하게 다루었다. 리글은 미술 작품을 구성하는 기본요소들을 탐구하여 조형예술 창작의 목적을 개념적으로 체계화한 Die spätrömische Kunstindustrie nach den Funden in Österreich-Ungarn(1901), 17세기 바로크 초상화로 확장한 연구로 Das holländische Gruppenporträt(1902)을 출간했다. 그 외에 Altorientalische Teppiche(1891), 『기념물의 현대적 숭배 : 그 기원과 특질』(1903), Die Entstehung der Barockkunst in Rom(1908) 등의 저서가 있다.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1966)은 그가 1897~98년, 그리고 1899년에 각각 남긴 수고와 강의록을 정리하여 사후 출간된 저작이다.

옮긴이
정유경 (Chung Yookyung, 1973~ )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이 바꾼 역사 2』(2015, 공저), 역서로 질 들뢰즈의 『경험주의와 주체성』(2012, 공역), 외젠 비올레르뒤크의 『건축강의』(2015), 브라이언 마수미의 『가상과 사건』(2016), 윌리엄 제임스의 『근본적 경험론에 관한 시론』(2018), 알로이스 리글의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2020) 등이 있다.



책 속에서 : 조형예술의 문법을 찾아서


인간의 손은 자연이 자신의 작품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과 꼭 같은 형식법칙에 따라 불활성 물질로 작품을 조형한다.

― I.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 : 1897/98년 단행본 수고, 27쪽


자연과학적 세계관이 발전했다. … 예술가들 역시 이러한 세계관을 좋든 싫든 고려해야 했다. 뒤러는 이미 이 세계관으로 상당히 충만했으나, 그런데도 여전히 묵시록적 신앙과의 조화 속에 머물러 있다고 믿었다. 그것은 착오였다.

― 3장 제3기. 무상한 자연의 재창조로서의 미술, 72~73쪽


하지만 근대 시기의 미술은 모든 상황에 비추어 그에 앞선 두 시기에 비해 한 가지가 부족하다. 그것이 소수의 (교양 있는) 계급의 특권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하기 위해 우리는 15세기에 피렌체나 뉘른베르크에서 조형예술이 향유한 대중성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 3장 제3기. 무상한 자연의 재창조로서의 미술, 76쪽


치장욕구는 눈에서 비롯한다. 요컨대 우리는 조형예술이 자연과의 경쟁으로서 미술작품에서 어느 정도로 나타날 수 있는지 비판적으로 판단할 때 이 눈이라는 기관을 통해서 그 조형예술을 수용한다. … 예술이 없다면 당연히 치장은 존재하지 않지만, 치장이 되려고 하지 않는 예술은 있다. 치장은 근원적으로 공백의 채움이나 마찬가지다. 인간이 여백에 대한 공포를 제거하고자 자연과의 경쟁이라는 내적 강제를 이용할 때, 비로소 치장은 예술 작품이 된다.

― 1장 목적, 86쪽


자연을 개선하는 미술은 항상 입체에서 최고도로 표현되었다. 숭배의 가시적 대상은 신을 그린 그림이 아니라 신의 조상이었다. 그러므로 이교도 세계관의 최후까지 3차원의 입체는 그것을 통하여 유기적 자연의 신체적 본질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미술적 매체로 여겨졌다. 새로운 세계관이 신체적인 것을 비본질적인 것으로 선언했을 때, 그것은 동시에 입체에 대한 판결이기도 했다.

― 3장 입체와 평면, 234쪽


이슬람 미술은 유일하게 입체가 비본질적이라고 선언할 뿐 아니라 그것을 합법적으로 철폐한 사례이다. 이 미술은 입체를 로마 후기에서와 같이 감내하지도, 비잔틴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필요악으로 선언하지도 않았다. 이슬람 미술은 입체를 유기적 모티프에서 단연코 억제했다.

― 3장 입체와 평면, 252쪽


우리에게 완전한 역사적 명료성을 가지고 나타나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세계관은 의인관적 다신론, 즉 인간과 닮은 형상을 가진 여러 신을 숭배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세계관과 종교는 최초에 전적으로 동시 발생했으며, 따라서 자연스럽게 종교와 예술도 동시 발생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종교는 도덕률과 마찬가지로 자연법칙을 지배합니다. 나는 이것이 그리스도교 중세에도 마찬가지였다는 말을 끼워 넣겠습니다.

― 1부 세계관, 307쪽


그리스인이 고대 오리엔트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그 이상의 조형을 해냈다는 것은 이제 상당히 인정되는 사실입니다. 그리스인은 고급미술의 창조에 대한 최초의 자극을 고대 오리엔트인에게서 받았습니다. 그럼으로써 그리스인은 시작에 들어가는 노력을 아꼈고, 어쩌면 그들이 발전의 더 고급한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일 것입니다.

― 1장 모티프와 목적, 382쪽


근거리시야에서 통상시야로의 이행, 즉 자연물에 대한 객관적 수용에서 주관적 수용으로의 이행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사물의 척도는 인간이지 예술이 아닙니다. 그에 따라 시간과 공간 역시 승인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완성된 것은 고전기 말엽의 일입니다. 그러한 목표에 도달한 뤼시포스는 사실 미술에서 고전기 이후 시기, 다시 말해 헬레니즘기를 열었습니다.

― 2장 입체와 평면, 4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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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서의 삶』(재커리 심슨 지음, 김동규·윤동민 옮김, 갈무리, 2016)
우리가 이 땅에서 먹고, 마시고, 말하고, 즐기고, 고통을 받으며 숨을 쉬고 있는 한 자기의 삶에 대한 관심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예술로서의 삶>은 바로 이러한 철학의 물음에 충실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재커리 심슨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좋은 삶인지에 대한 물음에 예술로서의 삶이라는 철학자들의 통찰을 나름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니체, 아도르노, 마르쿠제,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마리옹, 카뮈, 푸코에 이르기까지 19~20세기를 수놓은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이 제시한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저자는 ‘예술’을 매개로 정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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