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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8 20:12

참숯 / 정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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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숯

 

간장독에 띄울 숯을 사러

읍내에 간다

나무 타다 만 게 숯인데

나무토막 태워서 쓰자고 해도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아내는 참숯을 써야 한단다

 

읍내 장터를 다 뒤져도 숯이 없다

가슴속 한 세상 더글거리는

타다 만 숯덩이들은 쓸모가 없겠지

육십릿길 더 달려간 도회지 시장통에서

가까스로 숯을 만난다

휘발유값이 몇 배는 더 들겠다

 

불길이 한참 이글거릴 때

바람구멍을 꽉 막아야

참숯이 된다고

참숯은 냄새도 연기도 없다고

숯가게 할아버지 설명이 길다

참숯은 냄새까지 연기까지

감쪽같이 태우나 보다

 

이글거리기도 전에 숨통이 막힌

내 청춘은 그나마 참숯이 되어 있는지

언제쯤 냄새도 연기도 없이 이글거릴지 어쩔지

간장독에 둥둥 떠서 한평생 이글거리지도 못할

까만 비닐봉지 속 숯토막들이

못 견디게 서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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