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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누군가 내리는 봄비 속에서 나직하게 말한다
공터에 홀로 젖고 있는 은행나무가 말한다
이제 그만 내려놓아라
힘든 네 몸을 내려 놓아라
네가 살고 있는 낡은 집과, 희망에 주린
책들, 어두운 골목길과, 늘 밖이었던
불빛들과, 이미 저질러진
이름, 오그린 채로 잠든, 살얼음 끼어 있는
냉동의 시간들, 그 감옥 한 채
기다림이 지은 몸 속의 지도
바람은 불어오고
먼 데서 우레소리 들리고
길이 끌고 온 막다른 골목이 젖는다
진창에서 희미하게 웃고 있는 아잇적 미소가 젖는다
빈 방의 퀭한 눈망울이 젖는다
저 밑바닥에서 내가 젖는다
웬 새가 은행나무 가지에 앉아 아까부터 나를 보고 있다
비 젖은 가지가 흔들린다
새가 날아간다
번호 | 카테고리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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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 | 사용됨 | 2013-03-18 길목쪽지 | 관리자 | 2013.04.11 | 164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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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 사용됨 | 심원 안병무박사가 길목에 보내는 엽서-2013-03-28 | 관리자 | 2013.04.11 | 167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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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 봄비 -박영근 | 제노 | 2013.04.11 | 166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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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 사용됨 | 심원 안병무박사가 길목에 보내는 엽서-2013-04-11 | 관리자 | 2013.04.11 | 174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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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 사용됨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더 데레사 | 제노 | 2013.04.12 | 178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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