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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9 13:31

생명/ 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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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닻과 키를 잃고 거친 바다에 표류된 작은 생명의 배는

아직 발견도 아니된 황금의 나라를 꿈꾸는 한줄기 희망의

나침반이 되고 항로가 되고 순풍이 되어서

물결의 한 끝은 하늘을 치고 다른 물결의 한 끝은

땅을 치는 무서운 바다에 배질 합니다.

 

님이여

님에게 바치는 이 작은 생명을 힘껏 껴안아 주셔요.
이 작은 생명이 님의 품에서 으서진다 하여도

환희의 영지(靈地)에서 순정(殉情)한 생명의 파편은

최귀(最貴)한 보석이 되어서 조각조각이 적당히 이어져서

님의 가슴에 사랑의 휘장(徽章)을 걸겠습니다.

 

님이여,

끝없는 사막에 한 가지의 깃들일 나무도 없는

작은 새인 나의 생명을 님의 가슴에 으서지도록 껴안아 주셔요.
그리고 부서진 생명의 조각조각에 입마춰 주셔요.(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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