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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너무 멀고 험해서
오히려 바다같지 않는
거기
있는지조차
없는지조차 모르던 섬.
쓸 만한 인물들을 역정내며
유배 보내기 즐겼던 그때 높으신 분들도
이곳까지는
차마 생각 못 했던,
그러나 우리 한민족 무지렁이들은
가고, 보이니까 가고, 보이니까 또 가서
마침내 살 만한 곳이라고
파도로 성 쌓아
대대로 지켜오며
후박나무 그늘 아래서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당할아버지까지 한식구로 한데 어우러져
보라는 듯이 살아오는 땅.
비바람 불면 자고
비바람 자면 일어나
파도 밀치며
바다 밀치며
한스런 노랫가락 부른다.
산아 산아 회룡산아
눈이 오면 백두산아
비가 오면 장내산아
바람불면 회룡산아
천산 하산 넘어가면
부모형제 보련마는
원수로다 원수로다
산과 날과 원수로다*
낯선 사람 찾아오면 죄 많은 사람 찾아오면
태풍 세실을 불러다가
겁도 주고 달래 보고 묶어 보고 풀어 주는
바람 바람 바람섬,
파도 파도 파도섬.
길가는 나그네여!
사월혁명의 선봉이 되어
반민주 반독재와 불의에 항거하여
싸우다가 십구일 밤 무참히 떨어진
십구세의 대한의 꽃봉오리가 여기
누워 있다고 전해다오*
자식 길러 가르치고
배운 자식 뭍으로 보내
나라 걱정, 나라 위해
목숨도 걸 줄 아는
멋있는 사람들이 사는
살 만한 땅.(조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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