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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했더니, 고 어린 놈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것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 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념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갓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녀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갓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요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재

심장이 쿵콰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 놈이 교복을 입고 있데, 어린놈이...(정민경)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텔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 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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