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못 위의 잠 / 나희덕
못 위의 잠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 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 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 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 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 채 짓는 대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도 흙바람이 몰려오나 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나희덕)
-
심원 안병무박사가 길목에 보내는 엽서-2013-04-26
-
심원 안병무박사가 길목에 보내는 엽서-2013-04-25
-
당신과 나의 삶이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이채
-
물동이 안에 나뭇조각
-
요한복음 (14:27)
-
심원 안병무박사가 길목에 보내는 엽서-2013-04-24
-
창세기 (3:19)
-
루가 (10:13)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
감꽃 /김준태
-
베드로 후서 (3:13-14)
-
이사야 (35:4)
-
그 날 / 정민경 (2007년 5.18 기념 백일장 대상작)
-
못 위의 잠 / 나희덕
-
오래된 집 -송호필
-
부패의 힘 - 나희덕
-
개울 -도종환
-
밥과 자본주의 -고정희
-
아프고 눈물 나는 사람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노래)
-
수화기 속의 여자 -이명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