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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1 17:38

4/11 저 꽃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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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꽃이 불편하다

 

모를 일이다 내 눈앞에 환하게 피어나는

저 꽃덩어리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 돌리는 거

불붙듯 피어나

속속잎까지 벌어지는 저것 앞에서 헐떡이다

몸뚱어리가 시체처럼 굳어지는 거

그거

밤새 술 마시며 너를 부르다

네가 오면 쌍소리에 발길질하는 거

비바람에 한꺼번에 떨어져 딩구는 꽃떨기

그 빛바랜 입술에 침을 내뱉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흐느끼는 거

내 끝내 혼자 살려는 이유

네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박영근)

 

봄비

 

누군가 내리는 봄비 속에서 나직하게 말한다

 

공터에 홀로 젖고 있는 은행나무가 말한다

 

이제 그만 내려놓아라

힘든 네 몸을 내려 놓아라

 

네가 살고 있는 낡은 집과, 희망에 주린

책들, 어두운 골목길과, 늘 밖이었던

불빛들과, 이미 저질러진

이름, 오그린 채로 잠든, 살얼음 끼어 있는

 

냉동의 시간들, 그 감옥 한 채

기다림이 지은 몸 속의 지도

 

바람은 불어오고

먼 데서 우레소리 들리고

길이 끌고 온 막다른 골목이 젖는다

진창에서 희미하게 웃고 있는 아잇적 미소가 젖는다

빈 방의 퀭한 눈망울이 젖는다

 

저 밑바닥에서 내가 젖는다

 

웬 새가 은행나무 가지에 앉아 아까부터 나를 보고 있다

비 젖은 가지가 흔들린다

새가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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