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길목길목

사용됨
2013.04.11 17:38

4/11 저 꽃이 불편하다

조회 수 1680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저 꽃이 불편하다

 

모를 일이다 내 눈앞에 환하게 피어나는

저 꽃덩어리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 돌리는 거

불붙듯 피어나

속속잎까지 벌어지는 저것 앞에서 헐떡이다

몸뚱어리가 시체처럼 굳어지는 거

그거

밤새 술 마시며 너를 부르다

네가 오면 쌍소리에 발길질하는 거

비바람에 한꺼번에 떨어져 딩구는 꽃떨기

그 빛바랜 입술에 침을 내뱉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흐느끼는 거

내 끝내 혼자 살려는 이유

네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박영근)

 

봄비

 

누군가 내리는 봄비 속에서 나직하게 말한다

 

공터에 홀로 젖고 있는 은행나무가 말한다

 

이제 그만 내려놓아라

힘든 네 몸을 내려 놓아라

 

네가 살고 있는 낡은 집과, 희망에 주린

책들, 어두운 골목길과, 늘 밖이었던

불빛들과, 이미 저질러진

이름, 오그린 채로 잠든, 살얼음 끼어 있는

 

냉동의 시간들, 그 감옥 한 채

기다림이 지은 몸 속의 지도

 

바람은 불어오고

먼 데서 우레소리 들리고

길이 끌고 온 막다른 골목이 젖는다

진창에서 희미하게 웃고 있는 아잇적 미소가 젖는다

빈 방의 퀭한 눈망울이 젖는다

 

저 밑바닥에서 내가 젖는다

 

웬 새가 은행나무 가지에 앉아 아까부터 나를 보고 있다

비 젖은 가지가 흔들린다

새가 날아간다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 명구 정부가 부정을 초래하는 한, 그 정부가 나를 그들의 화해할 수 없는 적으로 간주해도 좋습니다. GILMOK0510 2014.01.28 15885
28 사용됨 나의 희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GILMOK0510 2014.01.28 15631
27 명구 4.19 때는 미워할 것을 바로 미워한 거다. GILMOK0510 2014.02.02 16808
26 사용됨 유대인을 쫓아 내는 그리스도인들은 감히 그레고리안 찬송가를 부를 수 없다. GILMOK0510 2014.02.03 15626
25 사용됨 예수님의 발길로 엉덩이를 채어가지고 GILMOK0510 2014.02.03 15024
24 사용됨 예수는 ‘하느님의 일로써 패배해야 한다. GILMOK0510 2014.02.04 15351
23 사용됨 넘어서서 희망을 갖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 GILMOK0510 2014.02.05 16689
22 사용됨 우리는 지금 목이 마르다…갈증에서 고통하고 있다. GILMOK0510 2014.02.06 16360
21 사용됨 그의 나라와 의가 내일 이 땅에 실현되기 위한 싸움이어야 한다. GILMOK0510 2014.02.09 26530
20 사용됨 그 두드리는 소리에 호응할 때 생명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GILMOK0510 2014.02.10 19229
19 사용됨 민중이 있는 바로 거기에 예수가 현존한다 GILMOK0510 2014.02.11 19618
18 사랑은 - 김남주 GILMOK0510 2014.02.13 21968
17 사용됨 퇴보의 피해자들이 겪은 희생은 너무나 컸습니다. GILMOK0510 2014.02.13 19718
16 명구 너희 젊은이, 너희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GILMOK0510 2014.02.15 19401
15 사용됨 예수님이 오신 것을 알았는데 GILMOK0510 2014.02.16 20819
14 사용됨 우리는 버려진 사람이다… GILMOK0510 2014.02.17 19220
13 사용됨 국민이 대통령의 이름이 뭔지도 몰라야 돼, GILMOK0510 2014.02.18 20089
12 사용됨 발 없이 한 걸음을 내딛는 - 이슬람 [루니 성자] GILMOK0510 2014.02.19 18879
11 사용됨 바다가 되자면 아래로 내려가야 돼, GILMOK0510 2014.02.20 20018
10 사용됨 지옥-2월 23일 김경호목사설교의 일부, 천국-권정생선생 전혜경 2014.02.25 19309
Board Pagination ‹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Next ›
/ 2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Recent Articles

Recent Comment

Gilmok Letters

사회선교센터 길목협동조합 | 삶의 작은 공간으로부터 희망을 함께 나누는 큰 길로 통하는 '길목'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100-845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13길 27-5(을지로2가 164-11) | 전화 02-777-0510 | 손전화 010-3330-0510 | 이메일 gilmok@gilmok.org
계좌번호 | 출자금 - 우리은행 1005-202-331599 (길목협동조합) | 프로그램 참가비 - 국민은행 421101-01-111510 (길목협동조합)
Copyright ⓒ 2013 Gilmok

Designed by Rorobra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