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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7 21:36

겨울바다 시 여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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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에 관한 시 모음>


+ 겨울바다

무슨 말이든 전할 수 없을 때
어떻게든 주어진 상황과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때
기다림에 가슴 먹먹하도록 그리워질 때
침묵해야 한다고 생각될 때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다름과 차이 앞에서 혼란스러울 때
존재에 대한 정체성 앞에서
갈등과 번민에 휩싸일 때
그래도 견디어야 한다고 생각될 때
달려가곤 했었지
무작정
(오경옥·시인)


+ 겨울 바다

섬 기슭 모래사장에는
사랑해
누구야... 죽도록 사랑해
할 말이 많지만

눈먼 파도 밀려와
싹 지워버린다
애꿎은 눈보라 불어와
깨끗이 삼켜버린다

새 발자국 연인들의 발자국 지워진 자리
순정한 백지 한 장만 아득히 펼쳐 놓는다
맘껏 뒹굴다 가라고
온 마음 털고 가라고
(나병춘·교육자이며 숲 해설가, 1956-)


+ 겨울바다에 가는 것은

겨울바다에 가는 것은
바로 나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고독을 만나러 가는 것이고
자유를 느끼기 위해 가는 것이다

동굴 속에 머물러 지내다가
푸른 하늘을 보러 가는 것이다

겨울 바다에 가는 것은
갈매기 따라 날고 싶기 때문이다

시린 바닷바람 가슴 가득히 마셔
나를 씻어내고 싶어 가는 것이다.
(양병우·시인)


+ 겨울바다 아기고래

파도가 숨돌리는 아침 바다에 나가보면
햇살 반짝임이 꼬물꼬물 살아나고
반질반질 기지개하며 아기 고래 눈뜹니다.

가까이 여기면서
까마득한 바다 곁에 서서
서투른 몸짓을 아찔아찔 바라보고
새파랗게 뛰어오르며 나도 일쑤 눈뜹니다.
(강세화·시인, 1951-)



+ 겨울바다

열정의 밤을 함께 하고
모두들 떠난 플랫폼처럼
홀로 몸서리치는
겨울바다

다시 돌아올 사랑이라면
허우룩한 백사장에
스며들어도 좋으련만

갈매기도 찾지 않는
방파제에서
파도의 울음을 새긴다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 허우룩한: (매우 가까이 지내던 사람과 이별하여) 서운하고 허전한


+ 겨울바다

파아란 하늘이
살포시 내려와 앉은 바다
촘촘한 햇살들 은빛 물결 위에 춤추고
속살 드러낸 바다 까르르 웃을 때마다
창백한 낮달 한 발자욱씩 멀어져 간다.

갈매기 한 쌍
소금기 어린 날개 부비며
목이 쉬도록 부르는 겨울 연가
파도에 실려
그대 계신 꽃섬까지 날아가려나

온몸에 푸른 상처를 내며 파도는
모래를 쓰다듬고
바위를 끌어안는다.

사랑은 가고
그리움만 남은
빈 바다
은빛 햇살만 출렁거린다.
(서경원·교사 시인, 부산 출생)


+ 겨울바다에 가서

세월이 무더기로 지는
겨울바다
아득한 물머리에 서서

쑥대머리
하나
사흘 밤 사흘 낮을
이승의 바다 건너만 보네

가마득하기야
어디
바다뿐일까만

울고 웃는 울음으로
빨갛게 타는
그리운 마음만 부시고

파도는 바다의 속살을 닦으며
백년이고 천년이고
들고나는데---

까마아득하기야
어찌
사랑뿐일까 보냐.
(홍해리·시인, 1942-)


+ 겨울바다

바다가
매운 다짐을 한 듯하다.
드러낸 이빨을 보면
알 수 있다.

안개는
밤새 어둠을 품고도
여직 성이 차지 않았고
귓불이 붉어진 바람은
모래알에 제 살을 섞으며
우우 앓는 소리를 낸다.
하늘은
아침 내내
흐린 잠을 자고 있다.

바다의 매운 결심
한 솎음 베고 난 자리에
흰 머리칼 한 가닥
놓아두고 가는 길.
(유용선·시인, 1967-)


+ 눈오는 겨울바다

눈오는 겨울바다로 가자.
흰 눈이 바다에 높이 쌓이면
그때 돌아오자.

조금은 허전하고
조금은 그립겠지만
차가워져 가는 세월을 위해
눈이 쌓이기 전엔
돌아오지 말자.

마지막 만남이라도 좋고
영원한 안녕이라 해도 좋다.

그리워할 모든 이들에게
가벼운 웃음을 짓고
눈오는 겨울바다로 가자.
(구미리내·시인)


+ 그대가 그리울 땐 바다를 찾는다

내 맘이 너무나 아파서
겨울 바다에 마음을 내려놓고
눈물이 쏙 빠지도록
파도에 서글픈 마음을 씻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고
그리울 때엔 내 맘을 받아 줄 수 있는
드넓은 바다를 향해
그 사람을 불러봅니다,

그 사람과 나 사이가
요즘 이토록 멀게만 느껴지는지
물결치는 바다에 서글픈 마음 지우며
사랑하는 그 사람을 그립니다,

오늘도 겨울 바다를 찾아
그리움을 내려놓지만,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리움은 날 바보처럼
먼바다만 바라보게 합니다
(김득수·시인, 1951-)


+ 겨울 바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김남조·시인,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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