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길목길목

사용됨
2013.09.23 01:44

열두 개의 빈 의자/ 김수영

조회 수 1595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열두 개의 빈 의자


가난뱅이 고흐는 의자를 열두 개나 가지고 있었다
그가 한 번도 앉지 않은 팔걸이가 달린 의자들
파이프를 얹어둔 낡은 밀짚의자는
내 방 구석에 걸려 있다

빵을 굶어가며 마련한 새 의자
그는 누구를 기다리며 의자를 비워 두었을까

한밤중 신발을 끌며 집으로 돌아가는
늙은 광부를 위해
어두컴컴한 식탁에 둘러앉아 감자를 먹는
농부를 위해
바람을 막기 위해 심어진
사이프러스 나무를 위해
창을 열듯 제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는
해바라기를 위해

그리고, 쪽창으로 들어오는 별빛을 바라보는
그 자신을 위해?

어떤 모습이든 그들은 의자에 앉아
예수님의 열두 제자처럼 그를 에워싸고
지상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초대한 손님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내 마음의 쓸쓸함이 부른 손님들인 것이다.(김수영)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9 사용됨 내 마음의 방/이해인 제노 2013.09.23 20488
268 사용됨 믿으며, 바라며, 견디며/강세화 제노 2013.09.23 20512
267 사용됨 나의 기도/정채봉 제노 2013.09.23 16278
266 사용됨 살아갈 날들을 위한 비문/차대식 제노 2013.09.23 15094
265 사용됨 소금/류시화 제노 2013.09.23 15818
264 사용됨 사는 게 아닐지도/ 김성근 제노 2013.09.23 451705
263 사용됨 나무/ 도종환 제노 2013.09.23 18419
262 사용됨 맑게 비우기/김은숙 제노 2013.09.23 15622
261 사용됨 희망과 절망 사이/홍수희 제노 2013.09.23 16200
260 사용됨 헐거워짐에 대하여/박상천 제노 2013.09.23 16572
259 사용됨 눈/ 김수영 제노 2013.09.23 16289
258 사용됨 푸른 하늘을/김수영 제노 2013.09.23 17041
» 사용됨 열두 개의 빈 의자/ 김수영 제노 2013.09.23 15953
256 사용됨 풀/ 김수영 제노 2013.09.23 16550
255 사용됨 관심 밖/ 박상천 (겨울용) 제노 2013.09.23 15638
254 사용됨 나에게로 가는 여행/ 이승희 제노 2013.09.23 15443
253 봄과 같은 사람/이해인 제노 2013.09.23 23036
252 사용됨 9월의 시 관리자 2013.09.17 17608
251 몽당연필 제노 2013.09.17 18331
250 사용됨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도종환 (겨울용) 제노 2013.09.17 16534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Next ›
/ 2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Recent Articles

Recent Comment

Gilmok Letters

사회선교센터 길목협동조합 | 삶의 작은 공간으로부터 희망을 함께 나누는 큰 길로 통하는 '길목'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100-845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13길 27-5(을지로2가 164-11) | 전화 02-777-0510 | 손전화 010-3330-0510 | 이메일 gilmok@gilmok.org
계좌번호 | 출자금 - 우리은행 1005-202-331599 (길목협동조합) | 프로그램 참가비 - 국민은행 421101-01-111510 (길목협동조합)
Copyright ⓒ 2013 Gilmok

Designed by Rorobra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