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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7 10:28

9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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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시 모음> 문인수의 '9월' 외

+ 9월

무슨 일인가, 대낮 한 차례
폭염의 잔류부대가 마당에 집결하고 있다.
며칠째, 어디론가 계속 철수하고 있다.
그것이 차츰 소규모다.
버려진 군용 텐트나 여자들같이
호박넝쿨의 저 찢어져 망한 이파리들
먼지 뒤집어쓴 채 너풀거리다
밤에 떠나는 기러기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몇몇 집들이 더 돌아와서
또, 한 세상 창문이 여닫힌다.
(문인수·시인, 1945-)


+ 9월(九月)

九月은
허무의 바다

어머니의
쪽빛 저고리 안에
감춰진 恨

그리움이고,
황혼의 탄식

九月은
슬픈 離別의
임시 정거장.
(장건섭·시인, 전북 익산 출생)


+ 9월의 노래

나도 한때 꽃으로 피어
예쁜 잎 자랑하며
그대 앞에 폼잡고 서 있었지

꽃이 졌다고 울지 않는다
햇살은 여전히 곱고
초가을 여린 꽃씨는 아직이지만

꽃은 봄에게 주고
잎은 여름에게 주고
낙엽은 외로움에게 주겠네

그대여!
빨간 열매는 그대에게 주리니
내 빈 가지는 말라도 좋겠네
(이채·시인)


+ 9월에 부르는 노래

꽃잎 진 장미넝쿨 아래
빛 바랜 빨간 우체통
누군가의 소식이 그리워진다

망초꽃 여름내 바람에 일던
굽이진 저 길을 돌아가면
그리운 그 사람 있을까

9월이 오기 전 떠난 사람아

지난해 함께 했던
우리들의 잊혀져 가는
그리움의 시간처럼
타오르던 낙엽 타는 냄새가
올 가을 또한 그립지 않은가

가을 오기 전
9월,
9월에 그리운 사람아.
(최영희·시인)


+ 9월도 저녁이면

9월도 저녁이면 바람은 이분쉼표로 분다
괄호 속의 숫자놀이처럼
노을도 생각이 많아 오래 머물고
하릴없이 도랑 막고 물장구치던 아이들
집 찾아 돌아가길 기다려 등불은 켜진다
9월도 저녁이면 습자지에 물감 번지듯
푸른 산그늘 골똘히 머금는 마을
빈집의 돌담은 제풀에 귀가 빠지고
지난여름은 어떠했나 살갗의 얼룩 지우며
저무는 일 하나로 남은 사람들은
묵묵히 밥상 물리고 이부자리를 편다
9월도 저녁이면 삶이란 죽음이란
애매한 그리움이란
손바닥에 하나 더 새겨지는 손금 같은 것
지난여름은 어떠했나
9월도 저녁이면 죄다 글썽해진다
(강연호·시인, 1962-)


+ 9월

오동나무 뻔질나게
포옹하던 매미도 갔다

윙윙거리던 모기도
목청이 낮아졌고
곰팡이 꽃도 흔적이 드물다

어느새 반소매가
긴 팔 셔츠로 둔갑했고
샤워장에도 온수가
그리워지는 때가 되었다

푸른 풀잎이
황톳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메뚜기도 한철이라
뜨겁던 여름 구가하던 보신탕집 문지방도
먼지가 조금씩 쌓인다

플라타너스 그늘이 구멍 뚫린 채
하늘이 푸르디푸르게 보인다

짝짓기에 여념 없는 고추잠자리
바지랑대가 마구 흔들린다
(반기룡·시인, 1961-)





+ 구월

뜰이 슬퍼합니다.
차디찬 빗방울이 꽃 속에 떨어집니다.
여름이 그의 마지막을 향해서
조용히 몸서리칩니다.

단풍진 나뭇잎이 뚝뚝 떨어집니다.
높은 아카시아나무에서 떨어집니다.
여름은 놀라, 피곤하게
죽어가는 뜰의 꿈속에서 미소를 띱니다.

오랫동안 장미 곁에서 발을 멈추고
아직 여름은 휴식을 그리워 할 것입니다.
천천히 큼직한
피로의 눈을 감습니다.
(헤르만 헤세·독일 시인, 1877-1962)


+ 9월

여름 끝물의 더위와
가을의 신선함

미지근한 온기와
서늘한 냉기가 함께 있어

산에 들에 오곡백과
무르익는 달.

어느새 종반으로 치닫는
올해의 지난날 뒤돌아보며

생활의 결의
새롭게 다지는 달.
(정연복·시인,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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