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길목길목

조회 수 1608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여름 쬐약볕을 머리에 인 채 호미지고
온종일 밭을 메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꽁꽁 언 냇물에 맨 손으로 빨래를 해도
그래서 동상 가실 날이 없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난 괜찮다, 배부르다, 너희 들이나 많이 먹어라
더운 밥, 맛난 찬 그렇게 자식들 다 먹이고
숭늉으로 허기를 달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팔꿈치가 죄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고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어 닳아 문드러져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술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허구 헌 날 주정을 하고
철부지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 인줄만 알았습니다
어느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외할머니 사진을 손에 들고
소리죽여 한없이 흐느껴 우시던 엄마를 보고도
아, 그 눈물의 의미를
이 속없는 딸은 몰랐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낡은 액자 속 사진으로만
우리 곁에 남았을 때
비로소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 이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9 사용됨 몸앓이를 한다 관리자 2013.04.16 16133
268 사용됨 밥과 자본주의 -고정희 제노 2013.04.24 16109
267 사용됨 오늘의 한줄 나눔 여섯번째 ㅣ 안병무 산문집 『너는 가능성이다』 중에서... 전혜경 2013.11.18 16086
» 사용됨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제노 2013.05.04 16083
265 사용됨 얻어 맞아 죽은 사건이다. GILMOK0510 2013.12.03 16067
264 사용됨 현장을 외면하고서는 진정한 기독교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GILMOK0510 2014.01.23 16060
263 사용됨 기다림/안상길 제노 2013.09.23 16051
262 사용됨 고린토후서 (4:16-18) 제노 2013.04.12 16046
261 사용됨 꽃피는 말/ 박노해 제노 2013.09.16 16045
260 사용됨 6월의 행진곡 / 장수남 제노 2013.06.06 16039
259 사용됨 길목에서 만난 심원 안병무 - 2013-08-08 file GILMOK0510 2013.08.08 16023
258 사용됨 패랭이꽃 /류시화 file 제노 2013.05.10 16009
257 사용됨 열두 개의 빈 의자/ 김수영 제노 2013.09.23 15989
256 사용됨 인간회복을 위하여 온 삶을 살았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는 길이다. GILMOK0510 2014.01.01 15973
255 사용됨 마음의 달 -천양희 제노 2013.04.14 15967
254 사용됨 요한1서 4: 18-19 관리자 2013.12.18 15950
253 사용됨 심원 안병무박사가 길목에 보내는 엽서-2013-04-10 file 관리자 2013.04.11 15945
252 사용됨 화살/ 고은 제노 2013.08.08 15943
251 사용됨 마태오 18:10,14 제노 2013.07.09 15928
250 사용됨 오늘의 한줄 나눔 아홉번째 ㅣ 안병무 산문집 『너는 가능성이다』 중에서... 전혜경 2013.11.26 15914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Next ›
/ 2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Recent Articles

Recent Comment

Gilmok Letters

사회선교센터 길목협동조합 | 삶의 작은 공간으로부터 희망을 함께 나누는 큰 길로 통하는 '길목'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100-845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13길 27-5(을지로2가 164-11) | 전화 02-777-0510 | 손전화 010-3330-0510 | 이메일 gilmok@gilmok.org
계좌번호 | 출자금 - 우리은행 1005-202-331599 (길목협동조합) | 프로그램 참가비 - 국민은행 421101-01-111510 (길목협동조합)
Copyright ⓒ 2013 Gilmok

Designed by Rorobra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